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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순의 희망을 잇는 사람-9 「이런 분들은 타고 날까? 길러지는 것일까?」

입력 2026.07.07 20:59수정 2026.07.07 20:59파주시대 기자25

황덕순 칼럼위원(前 임진초등학교 교장)

황덕순 칼럼위원(前 임진초등학교 교장)지금 시대는 “올바른 일을, 올바른 장소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올바름’의 메시지가 꼭 필요한 시대이다. 그 귀한 생명 살리는 메시지를 삶으로 실천하신 두 분의 메시지가 가뭄의 단비 같고 생명수 같다.

5월 22일 스위스 제너바 WHO 본부에서 사무총장 재직 중 순직한 이종욱 박사 2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종욱 박사님은 편한 자리에서 대우받으며 편하게 살 수 있었다.

하와이 보건대학원을 졸업할 때 대학에서 남아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세계보건기구에 투신하셨다. 23년간 한센병과 결핵, 소아마비, 에이즈 퇴치에 헌신하고, 세계 감염병 정보수집 24시간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여 세계보건기구 위상을 높이셨다.

열악한 의료 현장을 돌아볼 때 국가 원수급임에도 비행기 1등 석을 타지 않았다. 업무용으로 소형 하이브리드차를 사용하며 자신은 ‘WHO 직원’이라며 운전사 옆자리에 앉았다. 상대를 존중하는 겸손한 리더였다. ‘희망을 잇는’ 귀한 이야기는 누군가가 반드시 그 배턴을 이어받는다.

이종욱 박사님을 꼭 닮은 분이 있다. 그분을 만나기 위해 잠시 시간여행을 해보자. 1995년 4월 23일 조선대 치대를 갓 졸업한 스물일곱 청년이 이불 한 채와 라디오를 들고 소록도에 나타났다. 한센병 공포가 극심하여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소록도를 근무를 지원한 오늘의 치과의사 오동찬 의료부장이다.

코이카에 지원하여 이종욱 박사처럼 헌신하고 싶었지만 그해에는 치과의 선발 계획이 없었다. 교편을 잡은 아버지가 소록도 현실을 말씀하셔서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곳에 보건의로 지원했다.

한센병에 대한 공포가 심하던 때라 어머니는 극구 말리셨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면 가라”는 말씀에 “1년만 근무하고 오겠다”고 간신히 설득하여 떠났다.

소록도는 일제 치하의 1916년 조선총독부가 한센인들을 강제 수용한 ‘천형(天刑)의 섬’이었다. 병마와 지독한 편견, 강제 노역과 감금, 폭력에 시달리며 이중삼중의 싸움을 했다.

한센인들은 손발 감각이 떨어지고 마비가 와 양치를 할 수 없다. 심한 구강 질환을 앓는다. 공보의로 부임한 첫날부터 고름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구강 환자를 수술하고 치료했다.

입술이 벌어져 음식물이 흘러내린다. 벌어진 입술을 닫는 수술을 개발하여 500명 넘는 분들을 치료했다. “쉬운 방법인데 왜 안 했는지 그냥 미안했다고 한다” 그동안 차별과 멸시 천대를 단번에 보상한 오동찬 부장은 천사 닮았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훌쩍 지났다. 1년이 지나도 아들이 오지 않자 어머니가 직접 소록도를 찾는다. 아들이 돌보는 한센인들을 만나본 어머니는 “엄마 대하듯 어르신들을 잘 치료해 드려라”라고 당부하셨다. 그 말씀을 유언처럼 남기고 두 달 뒤 세상을 떠나셨다.

1년 만의 약속이 31년이 지났다. 오동찬 부장님의 이야기가 우리에게까지 알려진 것은 삼성 호암상 선정과정이었다. 한 병원에서 오래 일했다고 상받는 법은 없다. 한센 어르신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남았다고 수상을 사양했다.

심사 과정에서 월 50만 원 씩 모아 매년 20일씩 필리핀·캄보디아 한센인 마을 의료 봉사를 다녀오고 그곳에서 5만 원이면 60명이 한 끼를 먹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심사위원들이 상금으로 진료도 가고, 무료 급식도 도우라고 설득하여 수락했단다.

우리가 귀담아 듣고 실천해야 할 이야기는 한센병은 완치가 가능하고 전염성도 약하여 감기 걸렸다 나은 사람과 같다. 오동찬 부장님은 ‘소록도에 사는 나도, 소록도에서 나고 자란 우리 아이들도 건강하다.

이제 여러분 생각 속에 있는 편견과 차별만 극복하면 된다’는 말이 크게 다가온다. 한센인을 떼고 소록도 어르신이라고 부르자. 남다른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편견이란다.

그는 소록도에서 간호사를 하던 아내 이승희씨를 만나 딸 둘을 두었다. 둘 다 아버지와 엄마의 뒤를 이어 한의대와 의대에 다닌다. 오늘도 “삼겹살 구웠다”고 부르면 가서 먹고, “고구마튀김 가져가라”고 하면 받아온다. 믹스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게 그의 취미다.

‘희망을 잇는 파주시대’를 여는 비결은 “어떤 이유로도 타인을 차별하지 말자.”는 각오면 된다. 몸과 마음이 멀쩡한 우리는 “올바른 일을, 올바른 장소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올바름’의 정신이면 된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비결을 가르쳐주는 이 두 분의 삶에서 ‘희망을 잇는’ 삶의 비결을 배우자.

파주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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