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미 A&T 박형준 대표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 도료(塗料)는 그 그릇을 지키는 옷입니다”호미 A&T 박형준 대표, 목조 건축에서 이태리 감성 도료까지 사업의 ‘다각화’로 승부수
건설 현장의 거친 먼지 속에서 잔뼈가 굵은 한 남자가 있다. 대형 건설사에서의 안정적인 삶을 뒤로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업체를 꾸려온 지 40여 년.
이제 그는 단순한 ‘시공자’를 넘어, 공간에 색을 입히고 숨을 불어넣는 ‘공간의 아티스트’이자, ‘건축 자재의 혁신가’로 거듭나고 있다.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현장에서 만난 호미 A&T 박형준 대표의 이야기다.
■대형 건설사 엘리트 ‘나무’의 매력에 빠지다!
박형준 대표의 시작은 화려했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대형 건설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규격화된 콘크리트 숲을 만드는 일은 그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는 좀 더 인간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건축을 꿈꿨다.
독립 후 그가 주목한 것은 ‘목조 건축’이었다. 박 대표는 차별화를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미국 현지에서 최고급 목조 원재료를 직접 수입해 국내에 들여왔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정통 북미식 목조 주택 시공을 선보이며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단순히 집을 짓는 게 아니라,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는 예술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의 말에서 당시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지 보수’의 고민이 ‘도료’라는 새로운 길을 열다.
시공 실적이 쌓여갈수록 박 대표의 고민은 깊어졌다. 목재는 아름답지만,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과 습도 변화에 취약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금세 빛이 바래고 썩기 마련이었다. 기존의 독한 화학 페인트로는 나무의 숨결을 살리면서 내구성을 확보하기 역부족이었다.
“나무를 살리는 진짜 ‘옷’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은 북유럽의 친환경 도료(塗料), ‘티쿠릴라(Tikkurila)’였다. 핀란드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는 이 페인트는 친환경적이면서도 목재 보호 능력이 탁월했다. 박 대표는 이를 직접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하며 사업의 영역을 시공에서 자재 유통으로 확장했다.
■시장의 변화를 읽는 눈: ‘산마르코’와 ‘실리콘 방수(防水)’
영원할 것 같던 목조 주택 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IMF 시기에 접어들자, 이 시장도 예외없이 수요가 감소하며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박 대표는 발 빠르게 다음 스텝을 준비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외관’에서 ‘인테리어’로 옮겨가는 것을 포착한 것이다.
그는 이태리의 명품 도료, 브랜드 ‘산마르코(San Marco)’를 선택했다. 단순한 색칠을 넘어 벽면에 대리석 같은 질감과 다양한 예술적 패턴을 구현하는 이 페인트는 고급 인테리어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박 대표는 판매에 그치지 않고, 대형 건설사 시절부터 다져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직접 시공팀을 운영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국 건축물의 고질적인 문제인 옥상 방수에도 주목했다. 햇빛에 노출되면 갈라지고 들뜨는 기존 우레탄 방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구성이 뛰어난 실리콘 방수제를 중국에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들여왔다. 현장의 결핍을 기술로 메운 박 대표 특유의 승부수였다.

■‘호미(HOMEY)’에 담긴 철학: “제 집처럼 편안하게”
최근 박 대표는 회사 상호를 ‘아영’에서 ‘호미 A&T (HOMEY A&T)’로 변경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호미’라는 이름에 담긴 중의적인 의미를 강조했다.
“우리나라 전통 농기구인 ‘호미’처럼 작지만, 단단하고 실속 있는 회사가 되겠다는 뜻도 있고, 영어로는 Homey, 즉 집같이 편안하다는 뜻도 담았습니다.”
실제로 호미 A&T의 사업 방향은 다각화와 가치 창출에 맞춰져 있다. 돈을 쫓기보다 사회적으로 아름답고 가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리고 고객이 내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박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우리 집 가훈이 ‘먹고살 만큼만 벌자!’입니다. 너무 큰 욕심보다는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을 제공하다 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이죠.”
■박형준의 내일: 건축 자재의 ‘큐레이터’
박형준 대표는 각종 건축자재 전시회에 참가하며 호미 A&T의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전시 현장에서 그는 대표이사가 아닌, 노련한 기술자로서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 아니라, 건축주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솔루션 파트너가 되고 싶다는 박 대표. 그의 사업 다각화는 단순히 수익 구조를 늘리는 과정이 아니라, 더 나은 주거 문화를 향한 끊임없는 탐구의 결과물이었다.
박형준 대표와의 대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단어는 도료(道料)였다. 그에게 도료는 단순히 색을 칠하는 재료가 아니라, 건축의 도(道)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였다.
호미라는 이름처럼 친근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공은 결코, 가볍지 않은 박 대표. 그의 손끝에서 탄생할 다음 공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호미 A&T www.tikkurila.co.kr / www.san-marco.co.kr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명봉산로 352번길 20-11, ☎ 031) 851-0980
사진·글/김명익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