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대

<초점>-기부채납의 탈을 쓴 혈세 낭비인가, 특혜 행정의 결말인가.

입력 2026.09.16 14:11수정 2026.09.16 14:52파주시대 기자129

김영중 편집국장

시민 기부를 명목으로 추진되던 파주시 조리읍 산악형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이 무리한 예산 증액과 특혜 논란 끝에 전면 백지화 위기에 처했다.

파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5일 추경 예산안 15억 원을 전액 삭감(안)을 내면서, 시가 무모하게 밀어붙이던 사업의 행정적·도덕적 허점이 드러났다.

당초 이 사업은 조리읍 주민 L씨가 부지(11,865㎡)를 무상 기부하면서 ‘시민 복지 증진’을 명분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혈세 잔치 ‘기부’라는 미명 아래 감춰진 막대한 혈세 투입 오명을 벗기 힘든 상황이 됐다.

시는 산림청 부지 추가 매입과 설계비, 공사비 등으로 당초 40억 원을 책정했으나, 급경사지에 따른 옹벽 공사비 등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며 총사업비는 45억 원으로 늘어났다.

단 9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짓는 데 4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시비가 투입되는 셈이다. 기부채납을 받았다는 명분만 세웠을 뿐, 공사도 어려운 경사지에 진입도로를 내고 옹벽을 세우기 위해 시민의 피 같은 세금을 쏟아붓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됐다.

진입도로 개설공사 현황에 따르면 길이 총 길이 227m, 도로 폭 10m에 옹벽부 길이는 113m, 높이는 1.5m~8m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가드레일도 설치할 예정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업이 특정 기부자의 재산 가치를 올려주기 위한 ‘맞춤형 특혜’라는 지적이 시민들 사이에 일파만파 퍼졌다. 사업 부지와 인접한 잔여 토지(기부자 소유)는 진입로 확장과 용도변경, 기반시설 조성을 통해 막대한 재산권 상승 효과를 누리게 된다.

결국 파주시가 시비 45억 원을 들여 옹벽을 치고 폭 10m짜리 도로를 개설해 줌으로써, 남아 있는 기부자의 인접 토지 가치를 극대화해 주는 ‘판을 깔아줬다’는 비판을 피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부채납이라는 명목을 빌려 민간 업자의 숙원 사업을 지자체가 앞장서 해결해 주는 꼴이다.

입지 선정 역시 상식 이하라는 평이다. 경사도가 깊은 산악 지형 특성상 비가 오면 토사 유실 우려가 크고 유지관리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용자 대다수가 어르신인 파크골프장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사지에 무리하게 시설을 앉히려 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시민들 사이에서 “수십억 원을 들여 위험천만한 산비탈에 골프장을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분통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환중, 이하 예결위)는 입지 적정성, 사업 타당성, 기부채납에 따른 이해관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며 예산을 잘라냈다. 이는 파주시의 맹목적인 행정에 대한 당연한 철퇴로 보여진다.

예결위는 이번 사업이 적정한 입지를 기부채납받아 추진하는 사업인지, 사업 추진이 어려운 부지를 기부채납받은 후 시비를 추가로 투입해 진입도로와 기반시설 등을 조성하면서 사업 여건을 마련하는 것인지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전체 사업비와 향후 추가 재정 부담, 입지 적정성, 인접 민간시설이 조성되는 도로를 함께 이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편의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줄 것을 주문했다.

파주시는 ‘이미 추진된 사업’이라는 핑계로 비판을 무마하려 했으나, 공공성과 타당성을 상실한 사업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특혜 논란으로 얼룩진 조리읍 파크골프장 사업은 지자체가 기부채납 행정을 얼마나 안일하고 독단적으로 운영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난맥상으로 남게 됐다.

파주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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