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덕순 칼럼위원(前 임진초등학교 교장)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만 아는 것은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이름은 지식이 아니다. 이름 아래에 숨겨진 매커니즘을 알아야 제대로 아는 것이다.
광화문 시대가 활짝 열렸다. 광화문 광장에서 BTS가 부른 아리랑이 전 세계로 송출되는 장면은 그간의 오욕을 씻어내는 세례 같다.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하는 광화문 광장에 서서 희망을 이어온 사람들의 뜻을 헤아려본다.
조선 500년과 일제 식민치하, 짧은 해방정국과 6.25 전쟁 등 근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에 새기며 제자리를 찾은 광화문(光化門)처럼 제자리를 찾으란다.
광화문은 경복궁 근정전으로 가는 정문이다. 1395년 2층 누각 구조로 조성하였다. 중국 천자가 드나드는 문을 단문(端門)이라 한다. 단(端)은 바르다(正)는 뜻이다. 정도전은 여기에 착안하여 광화문을 ‘정문(正門)’으로 정했다.
‘광화문(光化門)’은 태종이 승하하고 세종이 집무실을 경복궁으로 옮길 때 집현전 학사들이 지어 올린 이름이다. 군주의 덕(光)이 사방으로 덮이고 바른 정치(化)가 만방에 미친다는 뜻이다. 집현전 학사들의 여망대로 세종은 선정을 베풀고 한글 창제로 문맹 제로의 시대를 활짝 여셨다.
광화문은 밝은 빛이 온 누리를 덮지 못하고 정치가 길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묵묵히 가르치고 있다. 광화문(光化門)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소실될 때 파괴되었다.
흥선대원군이 고종 2년(1865) 중건에 나서 1868년 완공했다. 한일병합으로 총독부 건물을 건립하는 과정에 철거 위기도 있었다. 청사 앞을 가린다는 명목이었지만 민족정신을 말살할 음흉한 계획이었다.
조선인 모두가 나서 철거 반대를 외쳤고 일본의 미술 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도 철거 반대에 동참했다. “만약 조선이 발흥하고 일본이 쇠퇴해 일본이 조선에 합병되고, 에도의 궁성이 폐허가 되며 그 자리에 서양풍의 큰 총독부 건물을 짓게 된다고 상상해 보라”고 일갈했다.
조선인이 일본인 인체 하며 반대한다고 뒷조사까지 했다. 1922년 9월 일본 잡지 ‘개조(改造)’에 ‘사라져가는 조선 건축’이라는 광화문 철거계획 기사가 실렸다. 동아일보가 번역하여 5회 연재하여 서슬퍼런 헌병들의 위협에도 정론 직필로 국민 의식을 깨웠다.
정당한 여론과 바른 주장에 밀려 청사 완공 뒤 1927년 광화문을 국립민속박물관 남동쪽 자리로 이전 설치했다.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한국전쟁 때 광화문 상부 목조 부분이 폭격에 불탔다. 석축만 남은 광화문을 본 자리로 옮겨 1968년 12월 11일에 중건하였다.
이번에는 식민지배 흉물인 중앙청을 철거하지 않고 겉만 복원했다는 지적이 일어났다. 비판을 수용하여 1995년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함으로 식민지배의 본산을 철거하였다. 역사 바로 세우기는 지금 생각해도 감개무량하다.
2006년부터 문화재청 주도로 고종 때의 경복궁 모습으로 복원을 시작하여 2010년 완공했다. 광복절에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한 가지 아쉬움은 2010년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 일정에 맞추느라 현판이 갈라지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복원 때마다 현판 글씨가 한자냐, 한글이냐 서체가 맞느냐의 논란은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경복궁 건축 전 과정을 담은 ‘경복궁영건일기’를 찾아냄으로 일단락 되었다.
현판은 검은 바탕에 금빛 글씨인 ‘묵질금자(墨質金字)’였다. 현판의 크기, 가로세로 비율, 글자 모양 등 실물 규격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소장된 고사진을 참고했다.
일본에서 발견된 유리건판 사진을 디지털 3D 스캔하여 각도를 보정 해 확정했다. 학계와 전문가들도 경복궁 중건 당시 원형에 가장 가깝다고 한뜻이 되었다.
1968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한글현판은 ‘국어운동회’ 소속 대학생 30여 명이 ‘한글 전용화 선언’을 받아들인 결과이다.
대통령과 문교부 장관에게 올린 건의문을 읽은 박 대통령이 한글 전용 계획을 수립하라고 총리실에 지시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한글현판을 써 한글 전용 의지를 천명한 그 한글현판이 38년간 자리를 지켰다. 이 부분도 역사자료이다.
식민정국에도 지켜내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복원한 광화문은 우리들의 정신적 정문(正門)이다.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야 할 교훈이 담겨있다.
우리 삶의 목적은 “부모님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고 가르친 선생님의 생각난다. 부모가 부끄러우면 자식과 후손에게 더 부끄럽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부끄러운 사람은 정문이 아니라 개구멍으로 다닌다. ‘희망을 잇는 파주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름 앞뒤에 붙을 이름이 진짜 이름을 위해 오늘을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