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순의 희망을 잇는 사람-5..기적을 만드는 KF-21 개발자들과 테스트 파일럿
기적을 만드는 KF-21 개발자들과 테스트 파일럿

황덕순 칼럼위원(前 임진초등학교 교장)
우리는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 덕분에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산다. 하늘을 나는 꿈을 누구든지 꿀 수 있다. 그렇지만 자국의 기술로 하늘과 국토를 지키는 초음속 최첨단 전투기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 일곱 나라뿐이다.
지난 55년간 대한민국 영공을 지켜온 전투기는 F-4 팬텀기였다. 박정희 대통령 때 방위성금으로 구매한 전투기였다. 지난 3월 25일 우리 기술로 만든 4.5세대 초음속 전투기 KF-21 출고식을 함으로 비어있던 여덟 번째 나라로 등록을 했다. 한국 공군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우리 기술로 만든 최첨단 전투기로 우리 영공을 지킬 수 있게 된 첫날이다.
김대중 대통령 때 전투기 개발 의견이 나왔다. 개발 기간이 길고 천문학적 예산이 든다. 실패 확률이 크고 명품 전투기를 구입하는 쉬운 길이 있다는 이유로 미루어졌다. 돈 주고 사 오면 쉽지만 유지비용이 막대하다.
부품 교체, 무기 장착, 고장 수리 여부까지 판매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우리 마음대로 고칠 수도 없다. 사안마다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함으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타당성 분석만 10년이 걸린 끝에 2015년 박근혜 대통령 때 첫발을 내딛었다.
개발 초기 핵심 기술 이전을 거부한 미국 때문에 좌초 위기도 있었지만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경전투기FA-50을 개발하며 기술 축적을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들의 도움으로 최첨단 AESA 레이더를 비롯해 주요 항전 장비 국산화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시속 2200km, 최대 항속 거리 2,900km. 7.7t 탑재 다목적 전투기를 제작했다. 무장 능력은 4.5세대 동급 전투기들 중 최강이다. 일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저피탐 기능이 뛰어나 스텔스기로 ‘오해’할 정도이다. 5~6세대로 진화할 새로운 전투기 생태계를 구축했다. 3세대 전투기가 티코라면 4.5세대 KF-21은 제네시스급이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KF-21이 활주로에서 힘차게 날아오르자 모두 펑펑 울었단다. 명장들의 솜씨로 태어난 2022년 7월KF-21 시제기의 첫 비행에 성공한 조종사는 안준현 중령, 전투기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하며 최다 비행을 한 비행사는 전승현 중령이다.
‘시험비행(試驗飛行)’은 생과 사를 가름하는 극한 상황을 함축한 낱말이다. 마하 1.8, 고도 5만 피트, 공대공 미사일 발사, 공중 급유 등 극한 상황을 가정한 실험이 필수이다.
2km 이상 급강하한 뒤 수 초 만에 기체를 정상 상태로 만드는 훈련. 1만 미터 상공에서 엔진을 끈 뒤 통제 불능 상태로의 유도 비행. 중력을 견디는 고난도 급선회 시험비행. 체중 9배에 달하는 순간 중력을 견뎌내는 조종사는 팔, 옆구리, 허벅지 등 실핏줄이 터지고 피멍이 든다. 전투 교본에 없는 경계를 넘나들며 항공 공학에 대한 지식을 깊고 넓게 익힌다.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난도 훈련을 똘끼와 담력으로 지상 시험 990회, 시험비행 1650회를 무사고로 마쳤다. 공군 최고의 ‘극한 보직’인 테스트 파일럿은 비행시간 750시간 이상과 4대의 전투기 편대를 지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분들이 만들어낸 성과이다.
전투기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은 한화의 기술도 일부 들어갔지만 아직 미국 GE의 F414를 쓴다. 머지않아 누리호 발사체 엔진을 독자 개발해 냈듯이 항공 엔진의 국산화도 곧 이뤄질 날을 기대한다.
공대지 화력을 높이는 추가 무장 시험사업, 유도폭탄유닛(GBU)-31, GBU-56 등 합동정밀직격탄(JDAM) 장착과 발사 시험은 계속된다. 한국형 중거리 유도탄 ‘KGGB’ 등 최종병기를 장착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훈련 비행사들은 비행 4~5시간 전부터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생리적인 문제도 장구(裝具)를 차려입기 직전 해결한다. 공중 급유 때 3시간 이상 하늘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수호를 위해 위해 최선을 다하는 참군인의 일상의 모습이다.
하늘 높이 올라가 조국의 산하를 보면서 우리 공군사, 항공사의 역사적 순간에 서게 됨을 감사한다. 아름다운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전율을 느낀다.
자랑스러운 KF-21을 쓰다듬으며 감격의 남다른 감회를 표하는 분이 계신다. 눈시울을 붉히는 분은 6.25 전쟁영웅 김두만 장군이시다. 6.25 전쟁 때 이런 전투기가 있었더라면 통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 하신다. 온몸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선후배 모습이 아름답다.
패를 가르고 거짓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세상에 위국헌신의 진짜 군인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한 치의 거짓도 용납되지 않는 완전무결한 KF-21 개발을 위해 헌신하시는 귀한 분들 덕분에 대한민국의 영공은 안전하다. KF-21 개발자들의 귀한 이름들을 ‘희망을 잇는 인명사전’에 올릴 수 있음을 감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