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대

베일에 싸였던 ‘고려통일대전’… ‘웅장한 기와 궁궐’의 비밀을 열다!

입력 2026.10.06 18:29수정 2026.10.06 21:11김명익 객원기자 기자pajusidae@naver.com228

고려통일대전의 새로운 도약과 활성화를 위해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사)고려역사선양회 이윤희 사무처장. 사진/김명익 객원기자

- 고려시대 배흘림기둥 전통 양식의 목조 대궐, 오랜 침묵 깨고 시민 품으로

  • - (사)고려역사선양회 이윤희 사무처장을 만나다

■ 자유로 너머,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수께끼의 궁궐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란 시월의 하늘을 바라보면, 완연한 가을을 느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올라서서 확 트인 한강과 임진강의 두물머리에 빠져들면 세상의 온갖 시름이 단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 후련해진다.

타워 전망대 동선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자유로 건너편 검단산 자락에 자리 잡은 커다란 한옥 궁궐 같은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아하면서도 웅장한 지붕 선과 거대한 규모는 마치 시공간을 초월해 고려 시대의 왕궁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이 웅장한 자태와 달리, 오랫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온 탓에 파주 시민들과 자유로를 지나는 수많은 방문객 사이에서는 수많은 의구심과 소문이 무성했다. “저곳이 도대체 뭐 하는 곳인가?”, “혹시 알려지지 않은 종교단체의 성지가 아닌가?” 하는 질문과 오해가 이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일반의 접근이 쉽지 않아 베일에 싸여 있던 이 의문의 궁궐이 바로 ‘고려통일대전(高麗統一大殿)’이다. 그리고 마침내 오는 10월 15일 제20회 고려통일대전대제를 계기로 오랜 침묵을 깨고 일반 시민과 역사 속으로 당당히 걸어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이곳의 운영 관리를 새롭게 맡아 활성화를 추진하는 파주의 대표적 역사학자 (사)고려역사선양회 이윤희 사무처장을 만나 그동안의 경위와 향후 비전을 들어보았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고려통일대전의 웅장한 원경. 검단산 자락에 고려 시대 왕궁 양식으로 우뚝 선 기와 대궐이 수려한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김명익 객원기자

■ 고려의 숨결을 파주에 품다 : 고려통일대전의 설립과 역사적 의의

이윤희 사무처장과의 인터뷰는 웅장한 정전(正殿)을 배경으로 진행되었다. 이 처장은 먼저 고려통일대전이 파주 통일동산 관광특구에 자리 잡게 된 역사적 배경과 민족사적 가치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풀어나갔다.

우리 역사에서 삼국시대,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큰 줄기를 알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려의 역사적 기록과 위업은 조선 건국 이후 소외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려는 한반도 내 삼한을 재통합하여 명실상부한 통일국가를 이룩하고 찬란한 문화와 예술로 ‘코리아(KOREA)’의 명성을 세계만방에 과시했던 위대한 역사입니다.”

1994년에 잊힌 고려사를 재조명하고 민족 통일의 정기를 세우기 위해 ‘고려숭의회’(현 고려역사선양회)를 발족하였다. 당시 남북 분단의 현장인 파주 통일동산 일대가 개발되면서,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과 가장 가까운 이곳 파주 땅에 고려의 역사적 거점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후 13년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경기도와 파주시의 협조, 토지주택공사(LH)의 부지 기부채납, 그리고 민간 기금 조성이 더해져 2007년 10월 파주 통일동산에 고려통일대전이 마침내 준공되었다.

총 1만 2천여 평에 달하는 장대한 부지 위에 고려 5백 년의 역사를 빛낸 고려 태조 신성대왕(왕건)을 포함한 34위 열왕위와 296위의 충현공신 배향위를 모시는 거대한 민족의 역사 성지가 탄생한 것이다.

■ 고려시대 전통 건축 미학의 정수 : 배흘림기둥과 웅장한 목조 대궐

고려통일대전은 단순히 외형만 궁궐의 형태를 띤 것이 아니다. 학술적 조사와 전통 기법 검토를 거쳐 고려 시대 특유의 미학적·구조적 건축 양식을 완벽히 재현해 낸 전통 목조 건축물의 정수다.

건축물의 중심인 정전(正殿)은 건축 면적 529.20㎡ 규모로, 정면 7칸, 측면 5칸의 웅장한 구성을 자랑한다. 특히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은 고려 시대 대표 건축물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등에서 볼 수 있는 ‘배흘림기둥(엔타시스 양식)’ 기법을 그대로 적용했다. 기둥 중간이 부풀어 오르고, 위아래로 가늘어지는 배흘림기둥은 시각적인 안정감과 더불어 차분하면서도 기품 있는 고려 건축 고유의 멋을 온전히 보여준다.

고려통일대전 정전(正殿)의 근경. 고려시대 전통 건축 양식인 배흘림기둥과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단청, 정면 7칸 측면 5칸의 웅장한 전통 목조건물 양식이 단연 돋보인다. 사진/김명익 객원기자

고려통일대전 정전(正殿)의 근경. 고려시대 전통 건축 양식인 배흘림기둥과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단청, 정면 7칸 측면 5칸의 웅장한 전통 목조건물 양식이 단연 돋보인다. 사진/김명익 객원기자

정전 외에도 공신들의 영정을 모신 영정각(정면 15칸·측면 2칸, 230.85㎡), 제례를 준비하는 제전각(정면 15칸·측면 2칸, 230.85㎡)이 고려시대 건축 양식을 따랐다. 또한, 전사청(45.36㎡), 내삼문(35.64㎡), 서문 등 다채로운 전통 목조건물들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거대한 고려 만월대를 연상케 한다.

■ 현실적 한계와 과제 : 방대한 규모와 재정적 현실 속의 고민

이처럼 웅장한 규모로 준공되어 왕과 공신들의 위패가 봉안되었으나, 대규모 건립 이후 이를 매일 상시 운영하고 유지·관리하는 과정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현재 고려통일대전은 1만 2천여 평에 달하는 토지 소유권이 파주시에 있으며, 시설물 관리는 (사)고려역사선양회가 담당하는 구조다. 민간 학술·선양 단체로서 방대한 부지와 대형 목조건물군 전체를 매일 온전히 유지·관리하기에는 재정적 여건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설립 초기 커다란 계획과는 다르게, 현재까지 매년 한 차례 치러지는 전통 제례 행사 중심의 보수적인 운영으로 이어왔다. 보안과 안전 문제 등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상시 개방되기 어려웠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

제전각 옆의 서문 사이로 바라본 고려통일대전 정전의 풍경. 단아한 기둥 프레임 사이로 보이는 기와지붕의 곡선미가 고풍스러운 한옥의 운치를 더해준다. 사진/김명익 객원기자

이윤희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시각을 내비쳤다. “자유로를 지나가는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웅장한 한옥 궁궐을 보며 깊은 호기심과 관심을 가졌으나, 관리 여건상 상시 개방하지 못했던 점은 늘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무궁한 역사적·관광적 잠재력을 지닌 파주시의 귀중한 자산입니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보존해 온 이 공간을 이제는 지자체와 협력해 시민과 호흡하는 활기찬 공간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

■ 새로운 도약 : '고려역사관' 건립과 통일동산 관광특구의 핵심 거점으로

올해 새롭게 취임한 이윤희 사무처장은 고려통일대전을 ‘닫힌 사당’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역사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 처장은 민선 8기, 손배찬 파주시장의 주요 공약사항으로 명시되어 있는 <고려역사관 설립> 추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부지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부대 시설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파주시와 협력해 ‘고려역사관’이 들어선다면, 고려통일대전은 단순히 제례만 드리는 정적 공간을 넘어 고려의 찬란한 문화(고려청자, 팔만대장경, 금속활자, 고려불화 등)를 전시·체험하고 교육하는 살아있는 역사 거점이 될 것입니다. 이는 인근의 오두산 통일전망대, 헤이리 예술마을, 파주출판도시 등과 연결되어, 파주 통일동산관광특구가 역사, 문화, 예술, 평화·통일 콘텐츠를 완벽히 갖춘 대한민국 대표 복합문화관광지로 도약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사무처는 이를 위해 지자체 및 관계 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일반인 관람 여건 조성과 단계적 상시 개방 방안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방침이다.

■ 10월 15일 오전 11시, 제20회 고려통일대전대제 개최

오랜 침묵을 깨고 시민 곁으로 다가서기 위한 첫 장대한 서막이 오는 10월 15일(목) 오전 11시에 이곳에서 펼쳐진다.

올해로 제20회를 맞이하는 ‘고려통일대전대제’는 고려 5백 년 역사를 빛낸 34 고려왕과 296위 충현공신들의 덕업을 기리고, 민족의 화합과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뜻깊은 행사다. 행사 당일에는 다채로운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개식행사, 그리고 전통 예법에 따른 본행사(제례)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 고려통일대전대제 개요

일시: 2026년 10월 15일(목) 오전 11:00

장소: 고려통일대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30-102, (성동리 684)

내용: 식전공연 / 개식행사 / 본행사(제례)

주최: 사단법인 고려역사선양회 (홈페이지: www.kory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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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익 객원기자 기자
pajusid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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