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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농촌과 도시로 날아든 ‘행정 계고장’… 2026년판 ‘난쏘공’의 비극

입력 2026.10.13 21:07수정 2026.10.13 21:07파주시대 기자171

오은정 파주시의원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난장이 가족의 삶을 뿌리째 흔든 것은 행정 관청에서 일방적으로 날아온 냉정한 ‘철거 계고장’ 한 장이었다.

약자들의 삶의 조건과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의 이름으로 던져진 종이 한 장은 누군가에게는 생존권을 박탈하는 거대한 폭력이었다. 2026년 오늘, 정부가 내놓는 농지법과 주택 정책들은 농촌과 도시의 국민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행정 계고장’이 되어 삶을 위협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당한 토지·주택 소유자를 일단 ‘잠재적 투기꾼’이나 범죄자 취급하는 징벌적 행정 태도다. 정부는 농지 투기를 잡겠다며 미경작 농지에 대한 강제 처분 명령을 의무화하고, 한발 더 나아가 불법 임대차 및 실경작 위반 신고 포상금을 기존보다 10배나 파격적으로 인상하는 농지 신고제도를 강행했다.

그러나 탁상 위 관료들이 간과한 진짜 현장은 따로 있었다. 대한민국 농촌 세대주의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기력이 다해 농사를 묵히거나, 자녀에게 상속된 땅을 팔려 해도 사갈 사람조차 없어 거대한 ‘거래 절벽’에 갇힌 참담한 현실이다.

이 구조적 사정은 외면한 채 '농파라치'를 양산하는 촘촘한 신고망만 들이대니, 평생 피땀 흘려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하루아침에 감시와 처벌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수십 년간 밥 정을 나누던 이웃끼리 서로를 밀고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농촌 사회의 비극적 불신과 갈등까지 정부가 앞장서 조장한 꼴이다.

이러한 ‘질러놓고 보자’식 징벌 행정은 농촌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1주택자 세제 개편 파동에서 보여준 갈팡질팡 행태 역시 판박이다. 정부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1주택자라도 직접 살지 않으면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액을 깎겠다고 선언했다.

직장 이전, 질병, 부모 봉양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실거주를 못 하는 실소유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 유죄 추정식 규제였다. 하지만 현장의 비명과 민심의 역풍이 불자, 정부는 단 한 달 만에 "상속 농지 처분 유예"와 "비거주 1주택 공제 축소 철회"를 외치며 허둥지둥 유턴했다.

농촌의 땅 한 평이 고령 농민의 마지막 생존 기반이듯, 도시민의 1주택은 평생 피땀 흘려 마련한 삶의 안식처다. 그러나 정부는 정교한 현장 실태 조사나 영향 평가도 없이 일방적인 지시와 징벌적 규제 통지서를 내던졌다가, 반발이 거세지면 그제야 슬그머니 제도를 누더기로 만드는 ‘간 보기식 국정’을 반복하고 있다.

행정 편의주의와 오만한 지시 속에서 국민은 국정 실험장의 마루타로 전락했고, 사회적 공동체는 불신의 골로 내몰렸다.

이제 국민이 느끼는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 되어버렸다. 오늘 한 걸음 물러섰다고 해서 내일 또 어떤 섣부른 규제가 내 삶을 죄어올지 알 수 없다. 정교하지 못한 정책을 대책 없이 지시하고, 여론의 눈치만 보며 번복을 거듭하는 무책임한 국정 운영 속에서 국민의 불신은 거대한 벽이 되어버렸다.

언제, 어디서, 또 어떤 어처구니없는 행정 계고장이 날아와 내 평생의 일상과 터전을 흔들어 놓을지 모른다는 깊은 불안감. 이것이 바로 준비 없는 정책 지시와 무책임한 유턴 행정이 이 사회에 남긴 가장 비극적인 유산이자, 회복하기 어려운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파
파주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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