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원 국민의힘 경기도당 여성정책기획위원장
전국적으로 인구소멸이 가속화되면서 지방의 학교 통폐합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교육 인프라의 축소는 단순히 학생 수 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 자산이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학교가 사라지고, 청년이 떠나고, 상권이 꺼지면 그 다음은 급격한 슬럼화다.
파주시 탄현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운정신도시로 인구가 흡수되면서 젊은 층이 빠르게 줄어들고, 지역은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리’가 아니라 ‘전략적 반전’이다.
◆ 교육을 축으로 한 구조적 해법
탄현면은 이미 문화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파주출판도시, 헤이리 예술마을, 프로방스 일대는 한때 수도권 문화관광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경쟁 지자체의 공격적 문화·관광 정책 속에서 그 위상은 다소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문화 클러스터는 ‘유지’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지속적인 인적 자본의 유입과 세대의 교체가 뒤따르지 않으면 쇠퇴는 필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종합예술고등학교 설립’은 단순한 교육기관 신설이 아니다. 이는 지역 인구 구조를 재편하는 ‘앵커 프로젝트(anchor project)’다. 국제 예술고는 그 자체로 인구 유입 장치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교직원, 예술 관련 종사자들이 함께 유입된다.
이는 지역 상권과 주거 수요를 동시에 자극한다. 즉, 인구·소비·주거 수요를 동시에 창출하는 복합 유입 장치다.
지역에 장기간 방치된 D사 소유 노후 건물을 기숙사·청년 예술인 레지던시·문화형 주거시설로 재건축한다면 도시 미관 개선과 주거 공급,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교육·주거·문화가 결합된 복합 생태계가 형성되면, 대기업의 참여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 교통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20년 전 LH 토지구획 당시 검토되었던 탄현면 지하철 3호선 계획이 무산된 이후, 이 지역은 광역 교통망에서 상대적 소외를 겪어왔다. 그 대안으로 제안되는 것이 트램 도입이다.
출발점은 운정중앙역. 이후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과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거쳐, CJ ENM 관련 시설과 헤이리 예술마을을 연결하는 노선은 문화·쇼핑·관광을 하나의 벨트로 묶는 전략적 교통망이 될 수 있다.
시의 1차 검토에서 약 3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공공재정 단독 부담을 전제로 한 계산일 가능성이 높다. 파주시 재정에 롯데·신세계·CJ 등 직접적 수혜 기업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모델을 적용한다면 재원 조달 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
재원 조달이 공공 단독의 부담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나 민관협력 모델을 적용한다면 수익 공유형·운영권 부여형 등 다양한 구조 설계가 가능하다.
교통 인프라는 ‘지출’이 아니라 ‘투자’다. 특히 관광형 트램은 도시 브랜드 가치, 체류 시간 증가, 상권 매출 상승이라는 파생 효과를 창출한다. 트램은 이들 기업의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는 인프라이며, 동시에 도시 이미지 제고 수단이다.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을 단순 통행 수요에만 국한하는 것은 산업 구조 전환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
◆ 도시의 상징을 설계하라
탄현면이 ‘예술의 거리’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면, 교통수단조차 차별화 되어야 한다. 획일적인 차량이 아니라 색채를 입힌 디자인 트램이 거리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그 자체로 도시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관광 콘텐츠로 작동한다. 관광특구로서의 상징성과 시각적 이미지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다.
국제 예술고와 문화벨트 트램은 분리된 정책이 아니다. 교육·교통·관광·주거를 통합하는 패키지 전략이다. 이 네 축이 결합될 때만 지역은 구조적 경쟁력을 갖는다.
◆ 지방자치의 역할은 ‘집행’이 아니라 ‘조정’이다
핵심은 거버넌스다. 지방자치단체는 더 이상 단순한 행정 집행 기관이 아니다. 민과 관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이다. 기업은 명분과 수익 구조가 명확하면 참여한다. 주민은 미래 비전이 구체적이면 지지한다. 지자체는 그 교차점을 설계해야 한다.
개인의 제안은 미약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의 미래는 작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제도적 결단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탄현면은 기로에 서 있다. 국제 종합예술고와 문화관광형 트램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인구 감소의 흐름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창의적 전략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 것인가. 선택은 지금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