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앙기에 앉아 환하게 웃는 김형식 전 이장. 검게 그을린 그의 모습에선 농군의 선함이 느껴진다. 사진/김명익 시민기자
본격적인 논농사가 시작됐다. 파주는 예년보다 다소 늦어진 모내기로부터 오월 하순쯤이면 모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부터 비라도 뿌리려는지 하늘이 찌뿌듯하다. 모내기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서둘러 법원읍 직천2리, 눈꽃마을에 있는 김형식 전(前) 이장의 논을 찾았다. 예전에 쓰던 단위로 다섯 마지기, 약 1,500평에 해당하는 455㎡로 적당히 넓은 논이다.
이앙(移秧)할 모종은 중부지방에서 주로 재배하는 만생종의 한 품종인 ‘참드림’이다. 이 벼는 11월 중하순에 햅쌀로 출하될 예정이다.
오늘 이앙한 ‘참드림’ 품종을 설명하기에 앞서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대표적인 경기미 품종은 ‘추청’과 ‘고시히카리’다. 이 두 가지 쌀 모두 일본에서 개발돼 우리나라에 들어온 품종으로 이중 ‘추청’은 일본어 발음 ‘아끼바레’를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다.
요즘 지명도 면에서는 ‘추청’보다도 더 많이 알려진 품종이 ‘고시히카리’가 아닐까 싶다. 이렇듯 외래품종이 기승을 부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발한 품종이 바로 파주시의 대표 브랜드 한수위 쌀중 하나인 ‘참드림’이다.
논두렁 위에 놓인 모판을 뒤로 모내기하는 이앙기가 보인다. 사진/김명익 시민기자
최근 경기도와 서울지역의 마트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품종으로 경기도 농업기술원과 국립 식량과학원이 우리나라 최고품질 품종 중 하나인 ‘삼광’과 토종 벼인 ‘조정도’를 교배해 개발한 것으로, 2004년도부터 육성하기 시작해 10여 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5년에 ‘참드림’으로 이름 붙여져 재배되기 시작했으니, 쌀로 보면 신상, 즉 최신 품종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일본 품종을 대체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기에 품질검사에서 상대 비교하는 항목이 많다. 각종 테스트나 소비자 평가에서도 ‘추청’이나 ‘고시히카리’보다 좋은 성적을 보여주면서 점점 더 지명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형식 이장은 “올해 모내기는 예년에 비해 날씨가 추워 냉해를 피하려고 약간 늦어졌다. 모내기는 남부지방부터 심기 시작해서 올라오고 수확은 반대로 위에서 아래 지방으로 내려간다. 한해 논농사 시작인 못자리는 곡우 무렵인 4월 20일 전후에 만드는데, 못자리는 모내기할 모를 모판에서 기르기 위해 설치하는 육묘장”이라고 말한다.
이어 “예전에는 자기 논 근처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지어 직접 못자리를 만들었지만, 현재는 일손도 부족하고 시간도 여의치 못해 광탄면에 있는, 파주 통합 RPC(*)에서 사서 쓰고 있다. 오늘 모내기가 끝나면 보름 후 논에 물을 대고 중기 제초제를 친다. 무더운 여름을 나고 장마와 태풍, 병충해를 이겨내고 추수를 하면 나락으로 4.5톤의 벼를 수확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수 후 전량 파주 통합 RPC로 수매하는데, 가공 처리된 우리 쌀은 '한강 북쪽· 한 단계 위'라는 의미의 ‘한수위’ 파주 쌀 브랜드로 팔려 나간다. 큰 농사는 아니지만 올해도 풍년 되기를 바란다”라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요즘 농촌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품앗이도 옛날 같지 못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동화된 농기계가 부족한 일손을 보태고 있다.
자동화된 이앙기로 모내기가 옛날에 비해 많이 수월해졌지만, 그래도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수고하는 일손들에게 격려와 칭찬을 보내며, 노력한 만큼 성과와 아울러 커다란 희망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논두렁에 핀 노오란 애기똥풀 사이로 보이는 열 일하고 있는 이앙기. 사진/김명익 시민기자
(*)RPC : 미곡종합처리장(Rice Processing Complex)은 기계 수확한 물벼를 산물 상태로 건조, 저장, 가공 작업 과정을 일괄 기계 처리하고, 판매 기능까지도 종합적으로 처리 수행하는 시설이다.
김명익 시민기자
pajusida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