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자주 오르던 산길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수풀이 우거진 등산로를 오를 때마다 얼굴이며
온몸에 들러붙던 거미줄이 현저히 사라진 것이다.
덕분에 산을 오르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지만 발걸음은 오히려 더뎌졌다.
궁금증 때문이다.그 많던 거미줄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행복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지만 사람들은 행복할 때 행복을 보지 못한다.
오히려 꿈과 희망이 좌절되어 소소한 행복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
행복의 부재를 깨닫게 된다.
그 때에야 비로소 행복을 찾아 나선다.
동화 속 파랑새는 행복의 상징이다.
때문에 사람들을 행복과 파랑새를 등치시킨다.
그래서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느껴질 때 파랑새를 찾아 길을 나선다.
파랑새는 어디에 있을까?비장한 마음으로 찾아 나서는 걸 보면
사람의 발길이 미치기 힘든 오지나 험지에 살고 있을 거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파랑새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굳이 깊은 산속으로 가지 않더라도
차로 변 가로수의 꼭대기나 전봇대와 전선 등에 앉아 있는 파랑새를 만날 수 있다.
그동안 보지 못한 건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복도 이와 같다.
찾지 않았기에 보이지 않았고,볼 수 없기에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행복이 느끼지 못한다면 지금 현재 행복하다는 반증이다.
행복을 지켜야 할 시점이다.불행하다고 느껴진다면 행복을 찾아 나서야 한다.
다만, 너무 멀리 갈 필요는 없다.행복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찾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주변을 먼저 잘 살펴볼 일이다.
파랑새를 찾을 때처럼 말이다.거미줄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유추해보건대,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활동량이 떨어진 거미들이
거미줄을 치는 일조차 잠시 멈추었거나 아니면 열대야로 잠을 설친 사람들이
나보다 일찍 산을 오르며 거미줄이 자연스럽게 제거되었을 것이라 추정되는데
정황 상 후자의 추론이 조금 더 합리적이다.
어쨌거나 생존을 위해 무진 애를 쓰는 거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산을 오르는 일이 훨씬 쾌적해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 산에 있던 거미줄이 모두 다 사라진 거냐고?
그럴 리 없다. 등산로만 조금 벗어나면 나무며 풀마다 여전히 거미줄 투성이다.
단지 자세히 보거나 찾지 않았을 뿐이다.
이는 행복과 비슷하다.거미줄이 몸에 들러붙지 않는다고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당장의 눈앞에서는 사라졌다고 해도
찾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가까운 주변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파랑새를 찾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