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고인돌 이야기-4
꼬맹이의 기억에, 칼이란 것은 먹을거리를 손질하거나 옷을 지을 때처럼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답니다.
할아버지가 물려받은 것도 오로지 칼을 만드는 기술이잖아요. 칼은 조른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꼬맹이는 알고 있었어요.
돌을 날카롭게 갈아서 대왕 할아버지만의 칼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으므로 스스로 구하여 얻어야 하는 거죠.
대왕 할머니는 네모난 무덤방 한쪽에 그릇을 놓으셨어요. 흙으로 빚은 그 그릇에 대왕 할아버지가 물을 담아 마셨거든요.
삼촌들은 또다시 힘을 모으고 커다란 바위를 세워서 안쪽이 보이지 않게 앞과 뒤를 굄돌로 막았어요.
꼬맹이는 믿고 믿었던 대왕 할아버지를 다시는 뵐 수 없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눈치였어요. 모두 같은 마음일 거예요. 할아버지도 큰 덮개돌을 만지며 오래도록 내려오시지 않았어요. 그저 굵은 눈물방울만 덮개돌 위에 떨어졌답니다.
눈물이 방울방울 계속 돌 위에 떨어졌어요. 작은할아버지도, 삼촌도 바위에 눈물을 흘렸어요. 대왕 할머니도, 왕 할머니도 언덕을 올라 바위를 만지면서 눈물만 흘렸어요.
가족들은 먹을거리를 걱정하면서도 곡을 하고 내려가곤 했어요. 그렇게 눈물방울은 오래도록 마르지 않고 바위를 움푹 파고 들었어요. 움푹 들어간 구멍만 보면 대왕 할아버지를 닮은 바위가 가족을 기다리며 부르는 것 같아요.
대왕 할아버지가 집을 떠나 다른 곳에 누워 계셔도 가족들은 자주 고인돌에 찾아갔어요. 꼬맹이는 사냥을 허락받지 못해 아쉬워하면서도 대왕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은 갸륵했어요.
꼬맹이는 키가 자라면 언젠가 허락해 주시리라 믿고 기다렸단 말이에요. 고인돌로 찾아가 조르는 처지가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