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
(사)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달님을 목에 걸고⑦
꼬맹이한테는 실을 만들어 조개껍데기를 엮는 것도 신비롭고 대단한 일이에요. 누나들은 형들만 갖는 목걸이를 못 가진 꼬맹이가 안타까워서 조개목걸이라도 많이 만들어 주었어요. 어린 동생이 사내로 태어나 사냥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원한이 맺힐 만도 하다고 위로해 주면서요. 그러나 꼬맹이한테 조개목걸이는 한낱 사치품일 뿐, 자랑할 것이 못 됐지요. 그러니 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았어요.
‘에잇, 사내로 태어나서 조개목걸이가 뭐람?’
꼬맹이는 조개목걸이 한 줄을 냅다 집어 던졌어요.
“얘! 뭘 던졌어?”
큰누나가 소리쳤어요. 뒤이어 누나들이 함께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야단쳤어요.
“쟤가 물건 귀한 줄 모르고 쯔쯧”
‘아차, 실수했구나.’
누나들한테는 귀한 것이라는 걸 깜빡 잊은 거예요. 그럴 수 있죠. 꼬맹이 나이 때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할 만큼 융통성이 없으니까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어려서 괜찮아요. 사건을 겪으면 겪을수록 배우는 거죠.
꼬맹이는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동물뼈로 목걸이를 만들려고요. 모두 꼬맹이가 소꿉놀이나 하려는 줄로 생각하겠지만, 꼬맹이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어요.
꼬맹이는 동물뼈 목걸이가 꼭 초생달처럼 생겼다고 ‘달님’이라 불렀어요. 동물뼈보다는 ‘달님’이 듣기에 좋았거든요. 다시 불러 봐도 마음에 들었어요. 달님을 목에 건다고 생각하면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같이 느껴졌어요.
무리를 이끌고 앞서서 나가는 장수처럼 말이에요.
“막내 꼬맹이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으흐흐’
꼬맹이가 말해 놓고도 쑥스러워서 얼굴을 붉혔어요.
누나들은, 어차피 어린아이는 어른이 되니까 걱정하거나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이 웃어댔어요. 하지만 귀여워하는 반응도 불편해지는 거예요. 꼬맹이는 심술이 났어요. 발끝에 엄청난 키를 숨기고 있는 줄은 아무도 모를 테니까요.
꼬맹이는 가슴까지 내려온 달님에 손을 얹고 간절히 바란다고요. 매일 맹세할 거라고요. 사냥을 나가서 크고 기름진 고기를 수확할 때가 오리라 굳게 믿는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