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순 칼럼위원(前 임진초등학교 교장)
지난달 시작한 2025 인구주택총조사가 마무리됐다. 국가 데이터처가 조사요원 3만여 명을 투입해 전국 가구의 20%인 500만여 가구를 표본으러 조사했다. 데이터처는 수집한 자료를 통계처리하여 내년 11월쯤 결과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인구조사는 1925년 조선총독부가 수탈목적으로 ‘간이 국세조사’가 최초의 근대적 인구 조사였다. 이때를 기점으로 5년마다 실시하는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는 100년의 생활상이 담겨있다. 100년 전 조사 항목은 이름·성·연령·결혼 여부·국적 등 5개였지만 2025년 조사 항목은 55개나 된다.
질문 안에는 자녀 돌봄과 출퇴근 교통편 등 우리 삶과 직결된 내용들이 포함된다. 회사의 직위, 사업체 매출 정도. 이혼 여부, 결혼계획 등 불편한 질문도 한다.
통계 모집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가 없는 분야의 주관적 의식에 관한 사안도 묻는다. 1949년 정부 수립 후 남한에서만의 첫 조사를 시작으로 1960년 인구조사에 ‘주택’을 포함하여 ‘인구주택총조사’의 기반을 마련했다.
1966년 컴퓨터로 전산처리하고, 2005년 첫 인터넷 조사를 하고 2015년 등록센서스를 정비하였다. 질문 내용으로 시대와 사회상을 알 수 있다.
1940~1950년대에는 징용 경험, 전쟁과 침략의 아픔을 질문했다. 남녀 신체 불구자 17만5177명에게 손발 절단 여부와 실명 등의 불구상태도 물었다. 인구의 77.8%가 문맹이던 1930년에는 ‘글을 읽고 쓸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도 했다. 이 질문은 의무교육으로 1970년 이후 사라졌다. 1960년에는 대청마루와 아궁이·
외양간·광의 보유와 변소의 수세식 유무도 물었다. ‘베이비 붐’이라는 신조어는 5년간 6% 정도 늘던 인구가 1955~1960년 16% 이상 늘자 등장한 신조어이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1차 계획에 ‘가족계획(산아제한)’ 정책을 포함했다.
1970년대 가전·전자기기와 라디오 재봉틀을 사용하면서 중산층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2000년대 저 출생으로 40년 만에 인구 정책이 정 반대가 되었고 인구 소멸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975년 1인 가구 비율이 4.2%였는데 2020년 31.7%로 늘었다. 주택정책 안정으로 집 없는 청년들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다문화 가구와 외국인이 늘면서 가정 내 사용 언어, 한국어 말하기 실력 등의 항목도 포함됐다. 비혼 동거와 결혼계획에 대한 질문도 한다. 숟가락, 젓가락 요강까지 빼앗는 식민시대의 ‘호구조사’가 아니다. 어렵게 수집한 데이터가 정확성 높은 정책이 될 것이다.
나라 예산을 심의하는 계절이다. 우리 모두의 삶의 질과 직결된 국가 예산이 허투루 새지 않도록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해야 한다.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대는 이때 깨어있는 시민 안목이 필요하다.
지난 100년의 사회상은 우리의 거울이다. 시대마다 다른 내용을 음미하면 답이 보인다. 지난 100년간의 사회상을 토양 삼아 다가올 100년의 희망을 꿈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