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두 장의 나뭇잎을 만났다.
쌍둥이 같이 피어나 줄곧 같은 모습으로 함께 자라더니 어느 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카리스(charis)’와 ‘카르마(karma)’를 보는 것 같았다.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두 장의 나뭇잎에서 저는 사랑과 심판이라는 두 얼굴이 연상됐다. 내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카리스마(charisma)’라는 단어에서는 흔히 남보다 비범하고 압도적인 능력을 연상하게 되지만, 사실 ‘카리스마’는 헬라어 ‘카리스(charis)’에서 파생된 말로 은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극히 기독교적인 단어이다. 비슷한 발음을 가진 단어로 ‘카르마(karma)가 있다.
이는 지극히 불교적인 용어로 행동에 따른 보상과 처벌인 업(業)에 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카리스는 사랑에, 카르마는 정의 또는 심판에 가까워 보인다.
둘 중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너그럽게 용서하고 포용하는 카리스마. 즉, 카리스를 선택하고 싶다. 크리스찬이어서가 아니다.
잘잘못을 가리거나 책임을 묻기 보다는 끝없이 포용하는 사랑이 더 위대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남 탓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성숙은 카르마보다 카리스에서 나온다는 믿음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울을 마주했을 때, 남 탓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면 이는 자신의 카리스마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똑 닮았던 나뭇잎 둘. 거울을 보듯 서로를 마주보았으면 좋겠다.
카리스마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