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시계 안에 갇힌 시간이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늘 일정하게 흘러가지만 자연의 흐름에 따라 흐르는 시간은 그렇지 않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시계 속 시간으로는 이미 높이 떠올라
세상을 밝혔을 태양이건만 가을로 들어선 지금은
작은 숲의 나무를 딛고 올라 겨우 얼굴을 내밀 정도다.
계절이 바뀌며 시간이 틀어졌다. 시계 속 시간으로는
결코 따라갈 수 없는 변화지만, 자연의 시계로 보면
매우 정확하게 흘러가며 딱딱 들어맞는 시간이다.
내일의 이 시간은 오늘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태양이
더 낮게 떠있을 시간이고, 다음 주의 이 시간은
이번 주보다 한결 더 어두울 시간이다.
째깍거리는 초침의 움직임에 마음을 조마조마 졸이게 만드는 건
시계 속 시간의 속성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늦거나 빠르다는 생각이 들면
시계 속 시간이 내는 초침소리는 여지없이 조바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자연의 시간은 그렇지 않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늦어지거나 빨라지는 게 정상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안달복달하거나 애면글면하지 않는다.
시간에 자신을 맞추려 하지도 않고 자신에게 시간을 맞추라 말하지도 않는다.
자연 스스로가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태양이 높거나 낮다는 생각이 든다면
손목에 찬 시계나 휴대폰 속 시계를 볼게 아니라 찬란한 태양 아래
계절 따라 변하고 있는 세상을 볼 일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시간이다.
지금은 스스로 자연이 되는 시간이다.
현재 시간은 자연시 계절분 가을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