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작은 등불 하나가 있다.
비록 불빛의 크기는 작지만 품은 뜻은 원대하였다.
그리하여 세상을 밝히는 큰 불이 되고자 하였으나 창밖의 세상엔 아직 어둠이 내리지 않았다는 걸 몰랐다.
존재했던 세상이라고는 작은 실내였을 뿐이니 자신의 힘이라면 세상도 능히 밝힐 수 있으리라 자신했었다.
그래서 어둠이 내리기만을 학수고대하였다.
턱없이 왜소한 불빛 하나의 원대한 꿈이라 할 수 있겠다.
기다리던 어둠이 내렸지만 혼 힘을 다해 밝힌 불빛은 고작 실내를 벗어나지 못했다.
작은 등불은 좌절하였다.
스스로 스위치를 내려 불을 끄고 싶은 심정이었다.
작은 등불 하나로 세상을 밝히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래도 작은 실내라도 밝힐 수 있으니 고작이라는 표현 또한 적절치 못하다.
아무리 넓고 큰 세상이라도 작은 단위가 모이고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굽히지 않을 지조 하나만 있다면 작은 바람에 흔들릴 소신 하나라도 고작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어둠이 세상에 내리면 작은 불빛 하나가 길을 찾는 이정표(里程標)가 될 수 있다.
헤아리고 평가하려 하지 말아야 하며 크기가 아니라 꺼지지 않는 일이 우선이어야 되는 이유이다.
고작 불빛 하나일지라도 때가 되면 스스로 스위치를 켜는 일이 중요하다.
제 때 켜지고 제 때 꺼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원대한 꿈의 절반은 이미 이루어진 것이다